
그녀의 가정부 대신 피아니스트를 택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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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꾼 다음 날, 나는 회사 전체 단톡방에 메시지 하나를 남겼다.
“지민혁 씨, 새 열쇠가 필요하면 저한테 직접 와서 받아 가세요.”
휴대폰 화면이 밝아질 때, 나는 욕조에 받아둔 36.5℃의 미지근한 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. 그때 인턴에게서 온 답장이 가시처럼 내 눈을 찔렀다.
“시우 선배님, 며칠 전에 한 대표님이 편하게 쓰라고 보조키 하나 주셨어요. 괜찮아요.”
편하게? 나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침대 옆 탁자 위,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연근탕을 손끝으로 쓸었다. 머릿속에선 욕실 배수구에 엉켜 있던 짙은 갈색의 짧은 머리카락이 자꾸만 맴돌았다. 내 부드러운 흑발과는 전혀 다른, 거칠고 뻣뻣한 감촉.
현관 열쇠 꾸러미에서 사라진 보조키의 행방이 드디어 밝혀진 순간이었다.
어젯밤, 한연서가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말했을 때 주방에서 치익 소리를 내며 끓던 기름 솥 소리는 내 의구심을 삼켜버렸었다. 그녀는 평소에 도어락 번호만 쓰는데 말이다. 이제 와 생각하니, 그때 그녀가 내뱉은 “잃어버렸어”라는 말은 깃털처럼 가볍기 짝이 없었다.





